[뷔국] 선녀야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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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11일
- 19분 분량
[if ie]> <style type="text/css"> html {overflow: scroll; overflow-x: auto;} </style> <![endif]StartFragment* 19 수위 주의하세요 * 뷔국입니다 * 임신, 육아물입니다 [뷔국] 선녀야 w. 리젝 믿기지 않겠지만 21세기에도 선녀들은 존재한다. 옥황상제의 장남인 남준은 예쁜 선녀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아끼는 선녀들 중엔 선녀가 아닌 선남 정국이 있었는데 정국은 최고참 선녀와 옥황상제의 호위대장 사이에서 난 아들이었다. 선녀들은 무조건적인 잉태의 자격을 가진다. 선녀의 자식들은 궁에서 그대로 자라 선녀가 되는 관습이 있다. 선녀들은 보통 잉태를 하게 되면 거의 딸을 낳지만, 선녀들 자식복에 십 년에 한 번 나는 아들이 바로 최고 선녀의 아들로 태어난 정국이었다. 그것은 사실상 엄청난 복이지만 선녀들 사이에서 그런 출산은 이상한 일이고, 정국을 돌연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국의 마마 선녀는 정국을 사랑으로 키워냈다. 비록 넌 아들로 태어났지만, 모든 이가 네 아름다움에 넋이 나갈 정도로 예쁘게 자라서 우리 정국이는 최고의 선남이 될 거야. 우리 아기, 우리 아가, 마마 선녀의 지극한 사랑에 정국은 정말 아름답게 자랐다. 정국의 엄마가 선녀 정년이 되어 (지금의 정년 퇴직과 같다) 정국을 두고 눈물을 훔치며 궁을 나갔고, 정국은 선녀들 사이에 홀로 남아서 스스로 컸다. 눈도 크게 댕그랗고 하얀 예쁜 선남 정국은 바로 남준의 눈에 들어 남준은 매일 정국을 방으로 들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놀았다. (남준은 예쁜 외모로 술에 취해 파워풀한 춤을 추는 정국의 매력에 빠져 더 좋아했다) 이에 날마다 간택이 안 된 다른 선녀들은 제 방으로 들어가며 비단 옷과 머리에 올렸던 족두리를 벗어 패대기쳤다. 아놔, 정국이 고년 뭐가 잘났다구 남준 님은 난리래? 야야, 네가 참아, 고거 인간 세상의 여우가 빙의된 게 확실해. 선녀들은 정국이 뒷담화를 많이 했다. 정국은 하는 것 없이 그저 예뻤을 뿐인데 괜히 주변 선녀들의 미움을 샀다. 하늘나라 상제의 궁에 살며 궁일을 돕는 선녀들의 축제는 해년마다 딱 한 번 열린다. 선녀들 사이에는 인간 세상에 있는 정화수라 불리우는 계곡에 발을 담그면 피부결이 옥과 같고 눈과 코가 올망 오똑해진다는 전설이 백 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는데, 그에 따라 선녀들은 축제가 열리는 첫 날에 인간 세계로 내려가 발을 담그고 오는 그런 전통적인 관례가 백 년 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지금 선녀들은 내일 열릴 축제를 준비하며 외모를 가꾸고 있었다. 어머, 얘 너 연꽃팩 했니? 오늘따라 생기가 도네? 아니, 나 새로 나온 개나리 추출 토너 썼거든. 대박, 나도 그거 하나 장만해야지. 바쁘게 수다를 떠는 선녀들 사이에서 선남인 정국은 고급 실크로 짜여진 옷 매무새만 조용히 가다듬었다. 정국도 이번 축제엔 나이가 차서 관습에 따라 인간계로 한번 내려가야 했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지며 수다를 떨던 선녀가 거울에 비친 정국을 흘깃 보더니 옆 선녀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우리 쟤 골탕 먹일까?" "뭐? 어떻게?" "이번에 인간계로 내려가면 우리가 쟤 날개옷을 몰래 숨겨서 올라오자." "헉! 야아,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냐?" "뭐가, 너 상제님이랑 태자님들 혼자 멀리서 바라보고만 살 거야?" 그건 아니지…. 선녀 둘은 남 몰래 손뼉을 쳤다. 인간계로 내려갈 땐 날개옷으로 자유롭게 내려가지만 그 날개옷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옷을 소홀히 대했다는 이유로 하늘나라의 범법을 어긴 게 되어 인간 세계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정국에게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날, 고대하던 축제가 열렸고 하늘문이 개방되었다. 백 명 가까이 되는 선녀들이 하늘거리는 날개옷을 자랑하며 산 중턱에 사뿐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에 정국도 한껏 귀찮고 따분한, 대체 이걸 왜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곤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정국은 자신의 뒤를 따르는 수상한 선녀 둘이 있다는 것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이윽고 다 도착하자 선녀들은 일사분란하게 날개옷을 벗고 계곡 물에 첨벙 발을 담갔다. 날개옷은 젖으면 그 능력을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젖지 않도록 소중히 다뤄야 했다. 정국도 슬그머니 날개옷을 벗고 꽁꽁 둥글게 말아 바위 뒤에 숨긴 뒤 속치마를 걷어 올려 물에 발을 담갔다. 앗 차거! 정국은 기겁했다. 대체 이런 건 왜 하는 거야? 정국은 얼음장 같은 물에 나가는 정신을 잡으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홀로 정신 수련을 했다. 정국은 선녀들이 쓸데없이 미모에 대한 열망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한참 지나자 선녀들이 하나 둘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국도 바로 뛰쳐나와 바위 뒤로 향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내 옷 어디로 갔지. 두리번거리며 근처 바위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자신의 날개옷은 없다, 아니 사라졌다. 정국은 입을 떡 벌렸다. 나 어떡해? 옆 선녀에게 빌붙어 같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하늘문을 지키는 수문장이 둘이 한 날개옷을 쓰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벌을 내릴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정국과 같이 쓰고 갈 선녀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정국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듣고 정국은 고개를 들었다. 분명 자신을 비웃는듯한 표정을 봤다. 웃으며 올라가는 선녀의 등허리에 정국의 보라색 날개옷 끈이 삐죽 나와 있었다. 정국은 발을 쾅쾅 구르며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야! 내 옷 내놔! 이씨, 야! 안 내려와? 정국은 성깔을 내비추고 콩콩 뛰며 삿대질을 멈추지 않았다. 야! 정국의 소리가 묻히고 점점 멀어졌다. 그 선녀는 친구 선녀와 키들 웃으며 하늘로 뿅 사라졌다. 이익, 저년들이 날 일부러…. 결국 하늘문이 닫혔다. 혼자 인간 세계에 남겨진 정국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나쁜 년들, 내가 올라가면 그년들의 머리털을 다 뽑아 줄 거다! 굳게 생각한 정국은 추운 몸을 덜덜 떨며 실크옷 하나로 몸을 꽁꽁 여미며 주변을 둘러봤다. 온통 푸른 나무들밖에 없길래 정국은 일단 여기를 내려가야겠다 생각했다. 한 건설회사 막내 아들인 태형은 자신이 맡아 관리하는 재개발 지역인 현장에 감사를 왔다가 맨발로 여기저기 헤매는 정국을 보고 웬 나풀거리는 소복을 입은 신종 변태가 돌아다니나 생각했다. 아니면 재개발을 한다는 통보 후에 달동네 주민들을 다 쫓아낸 줄 알았더니 지능이 모자란 사내 새끼 하나가 남아서 할머니 옷을 훔쳐 입고 돌아다니는 건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태형은 옆에서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현장 소장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쟨 뭐야?" "글쎄요, 저도 잘… 바로 쫓아내겠습니다." "아냐, 이리 데려와요." 그 말을 듣고 소장이 옆에 있던 사람에게 지시를 했다. 그러자 인부 두 명이 달려가더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정국을 잡아서 데려왔다. 정국의 표정은 왜 내 몸에 손을 대냐, 너넨 누구냐, 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형은 정국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꽤 단정한 머리, 하얀 얼굴, 빨간 입술, 어딘가 나사 빠진 표정, 소복 같지만 좋은 소재로 된 한복, 게다가 맨발. 태형은 이건 대체 무슨 조화지 생각하며 자신의 생각보다 앳된 소년의 눈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당돌했다. 태형의 입이 열렸다. "너 뭐야." "넌 뭔데."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난 선남이다." "선남?" 태형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선남? 소장님, 선남이 뭔지 아세요? 태형이 옆에 있던 소장에게 물었다. 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선남선녀 이런 단어는 들어 봤어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정국이 갑자기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다. 그래, 그 선녀 년들이 내 날개옷을 훔쳤다고! 난 망했어, 난 이제 하늘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못 올라가, 아니 열려도 못 가, 왜냐면 난 날개옷이 없거든, 아니 근데 대체 선녀들에게 왜 그딴 전통이 내려오는 건지 이해가 안 돼, 상제님이 이 사실을 아시면 나에게 벌을 내리실까, 남준 님은 날 찾으러 올까? 없어진 것조차 모르면 어떡하지? 난 어떡하지? 한참을 혼자 따발총처럼 말하더니 엄지를 입에 넣고 잘근 깨물며 발을 동동거리는 정국을 보고 태형은 헛웃음을 쳤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저 입에서 선녀라는 단어가 나왔다. 순간 태형의 머리에선 어린 나이에 신내림을 받은 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이건 뭐야, 빙의인가? 현장 소장과 옆에 있던 자신의 회사 사람들도 그런 정국을 보고 피식 웃었다. 태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선녀라고?" "아니, 난 선남인데?" "선녀라며?" "같은 의미이긴 해." 정신이 나간 애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소장의 반대편에 있던 비서 실장이 태형에게 물었다. 태형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오늘 현장 감사는 이만하면 됐고, 앞으로 열심히 수고해 주세요, 최고의 산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호텔을 세울 곳이니까. 모인 사람들에게 강단있게 말한 태형이 정국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태형은 정국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말은 꽤 따발따발 잘하는 게 지능이 낮아 보이진 않고 신내림을 받은 애 같지도 않고, 선녀라고 생각하고 보니 입은 옷이 진짜 선녀옷 같기도 해서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태형은 정국을 제 차에 태웠다. 제 집으로 갈 거니까 운전은 내가 할게요. 자신의 운전사에게 말하며 운전석에 올라탄 태형은 정국을 한번 바라봤다. 선녀야, 안전벨트 매. 하니 정국이 태형을 빤히 본다. 그게 뭔데? 묻는 통에 태형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 얘 진짠가…. 생각한 태형이 몸을 오른쪽으로 숙여 정국의 안전벨트를 채워 줬다. 차가 슬슬 움직여 유턴을 하자 정국이 놀라 손을 모으고 그대로 굳었다. 제가 움직이는 건 아닌데 제 시야의 세상이 휙휙 변하는 통에 정국은 당황한 티를 냈다. 태형이 그런 정국을 보고 왜 그래? 물었다. "세상이 움직여, 왜 움직이는 거야?" "내가 운전을 하고 있으니까." "운전이 뭔데?" "선녀들은 꽃가마 그런 거 안 타냐?" "그런 건 상제님이랑 태자님들만 타는 건데." "그런 거 탔을 때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아아, 정국이 이해가 됐다는 듯 잡은 손을 놓고 긴장을 풀었다. 태형의 말에 괜히 꽃가마를 탄 최초의 선녀가 된 것처럼 움직이는 느낌을 대입하니 붕붕 뜨는 기분에 좋아져 정국은 태형의 옆에서 연신 헤헤 웃었다. 몇 분 뒤 정국은 태형이 편해졌는지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 떠들었다. 덕분에 태형은 지금 정국이 인간 세계로 왜 내려왔는지, 왜 돌아가지 못했는지 상세하게 그 자초지종을 따로 묻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분명 그년이 내 옷을 훔쳤어, 올라가는데 날 비웃었어, 가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머리칼을 다 태워 버려야지, 근데 저건 뭐야, 우와, 와. 정국은 태형의 생각보다 말도 많고 리액션도 많은 선녀였다. 태형은 무의식 중에 정국을 선녀로 점점 인정하고 있었다. "선녀야." "선남이라니까!" "그거나 그거나, 그래서 너 이제 어쩌려고?" "……." "이름은 있어?" "응, 정국." "정국이, 정국아, 그냥 내 집으로 가자." 선녀라길래 뭔가 거창한 이름이 나올 줄 알았더니 너무나도 정상적인 정국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집으로 가자는 말에 동의하는 건지 거부의 말이 없다. 옆이 트인 한복 때문인지 정국은 자신의 하얀 허벅지가 살짝씩 노출되는 줄도 모르고 창문에 바짝 붙어 인간 세계를 구경하기 바빴다. 태형의 눈에 정국의 흰 허벅지가 자꾸 밟혔다. 그리고 정국의 얼굴을 한번 봤다. 보송한 하얀 얼굴 한 번, 허벅지 한 번 번갈아 보던 태형은 애써 눈을 앞으로 고정했다.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씨바, 얘 진짜 선녀 맞아? 꽃뱀 아냐? 태형은 정국을 다시 의심하기 시작했다. 태형의 차가 오피스텔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엔진을 끄자 정국이 태형을 본다. 뭐 하는 거야? 바라보는 눈이 크다. 집에 다 온 거야, 내려. 하니 정국은 조수석 창문 유리를 옆, 밖으로 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어떻게 내리는데? 정국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인간 세계는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 많구나. 하늘나라엔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제목의 이야기책도 있었다. 복잡한 인간들. 물론 그 책을 읽지는 않았다. 덜컥, 탁. 태형이 내려서 제 문을 닫고 보닛을 돌아 조수석의 문을 열어 줬다. 태형의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봤다면 경악에 찰 행동이다. 세상에, 김태형이 조수석 차 문을 열어 주다니. 하지만 태형은 원래부터 이렇게 해 온 것처럼 너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국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우아하게 차에서 내렸다. 태형은 정국을 데리고 자신의 집 앞까지 와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섰다. 정국이 두리번거리며 집안을 살피자 태형이 정국의 흙투성이 발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정국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좀 씻자, 선녀야." 강경하게 말한 태형이 정국의 갈아 입을 옷을 가지러 사라졌다. 그제야 정국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하늘나라에서는 발을 보호하는 신발 같은 개념이 아예 없었다. 상제나 태자님들이 신는 멋진 구두는 따로 제작되어 나온 거였다. (인간 세상에서 공수해 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리고 선녀들은 맨발로 다녀도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늘나라에서는 발이 전혀 더러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국은 자신의 시커멓게 변한 발을 보며 인간 세상은 참 더러운 세상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국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자신의 옷을 훌러덩 벗어제꼈다. 나체가 된 정국은 샤워부스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정국에게 입힐 편한 바지와 맨투맨을 들고 욕실로 온 태형은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졸도할 지경이었다. 정국이 흰 나체를 스스럼없이 비추며 물을 틀어 놓고 물을 만지듯 발을 씻고 손도 씻고 있었기 때문이다. 씨발, 선녀는 부끄럼도 없나? 그래도 태형이 직접 옷도 벗겨 줘야 할 정도로 무지한 애는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면서 마음 어딘가에서 퍼지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 그랬으면 지금 벗기는 재미가 있었겠는데. 정국이 물은 어떻게 틀었어? 하니 이런 거 하늘나라에도 생긴 지 오래야, 한다. 그냥 신문물에 대해 조금만 알려 주면 되겠거니 생각한 태형은 그제서야 정국의 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정국을 가만히 관람했다. 진짜 하얗다. 뼈대는 전체적으로 말랐네, 순간 태형은 정국의 하얗고 둥근 어깨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그러다 정국이 몸을 돌리자 정국의 성기에 시선이 갔다. 선녀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선남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그냥 성별 차이인가 싶은 태형은 입을 열었다. "선남는 하는 일이 뭐야?" "나도 몰라, 선녀랑 똑같아." "선녀가 하는 일은 뭔데." "몰라, 태자님들 즐겁게 해 드리기?" "어떻게?" "이거 어떻게 해?" 정국이 태형의 말을 자르며 샴푸통을 들고 낑낑거렸다. 펌프 주둥이를 누르는데 안 나오는 걸 보면 일하는 아주머니가 새 샴푸를 갖다 놓으시고 고정된 주둥이를 안 돌리신 것 같았다. 태형은 팔짱을 풀고 정국의 손에 들린 샴푸를 가져와 가볍게 오른쪽으로 돌렸다. 내미는 손에 돌려 주니 신나게 짜서 머리를 문지른다. 앞이 안 보여 샤워기의 꼭지를 찾는 정국을 보고 태형은 다가가 샤워기를 들어 정국의 머리를 헹궈 줬다. 쏴아아, 물 소리와 함께 어푸푸, 입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귀여운 소리가 퍼졌다. 태자님을 어떻게 즐겁게 해 줬는데. 태형이 정국의 머리를 헹구어 주며 다시 물었다. "매일 밤 간택을 하셔." "너도 된 적 있어?" "응, 매일." "매일? 하면 뭐 하는데, 설마 자냐?" "응, 밤이니까 자지." "허, 이런 짓 저런 짓까지 다 한다고?" 이런 짓 저런 짓? 정국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런 짓 저런 짓이 뭐지? 뭐 술도 마시고 춤도 추고 지쳐서 그 자리에 누워서 곯아떨어지니까 태형의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응, 다 해. 정국의 말이 욕실에 울리자 물이 뚝 끊겼다. 태형은 타월을 빼 정국의 몸을 닦아 주고 머리도 닦아 줬다. 제가 가져온 옷을 입힐까 하다가 이 귀여운 선녀는 자신의 나체에 대한 부끄럼이 없는 것 같아 옷을 욕실 선반 안으로 숨겼다. 샤워 부스에서 나온 정국이 자신의 옷을 그대로 주워 입으려는 것을 태형은 말렸다. 그거 더러워, 빨아야 해. 그러고 어디론가 가더니 샤워 가운 하나를 들고 왔다. 정국은 가운을 입으며 우와 우리 옷도 이런 간편한 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형은 아까부터 눈에 들어오는 찹쌀떡 같은 정국의 흰 엉덩이를 만지고 싶어 안달 난 상태였다. 이런 짓 저런 짓까지 다 했다는 정국을 그냥 확 먹어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참자, 조금 더 참았다가 밥부터 먹이고 나중에 잡아 먹자 생각한 태형은 속으로 애국가를 삼켰다. 정국은 식탁에 앉아 태형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구경했다. 코트를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 두고 부엌에서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태형의 뒷모습을 보고만 있자니 심심했다. 정국은 일어나서 태형의 곁으로 왔다. 뭐 해? 태형은 자신의 와이셔츠를 걷고 도마 위에 파를 두고 칼로 송송 썰고 있었다. 태형은 저리 가, 집중 안 돼. 라며 정국에게 식탁쪽으로 가라는 듯 고개짓을 했다. 태형은 태어나서 요리를 몇 번 해 본 적이 없다. 보통 밖에서 먹고 오거나 아주머니가 밑반찬을 해 놓고 가면 간단하게 먹거나 아니면 집에선 밥을 거르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형이 집에서 정국을 위해 요리를 한다는 걸 주변인들이 본다면 기겁할 만한, 그들에겐 그야말로 기이한 광경일 것이다. 오랜만에 계란말이라도 해 보려 팔을 걷어붙인 태형은 심혈을 기울여 최대한 파를 얇게 썰고 있었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파를 보며 태형은 혀를 찼다. 씨팔, 선녀가 뭐라고 내가 이딴 짓까지. 그때, 손이 헛돌아 태형의 검지로 칼이 파고들었다. 아! 태형은 칼을 내던졌다. 정국이 태형의 소리에 놀란 눈을 하고 다시 조르르 달려왔다. "왜? 왜 그래? 왜?" "이거 봐." "헉, 피…." 정국이게 피가 나는 검지를 보여 줬다. 태형은 아까 봤던 욕실 광경에 이어 또 졸도를 할 뻔했다. 정국이 태형의 검지를 잡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입 안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정국은 혀를 슬슬 굴려 태형의 손가락 끝을 감싸고 쪽쪽 빨았다. 손가락 끝이 간지러웠다. 손가라근 이러케 하며는 된대, 울 마마가 그래써. 묻지도 않은 말을 애써 설명하려 혀를 굴리며 말하는 통에 태형의 성기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발기했다. 정국의 동그란 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하게 태형을 보고 있었다. 씨발, 대체 이걸 어떻게 참아? 태형은 정국을 휙 들어 허리께보다 약간 밑에 위치하는 높이의 아일랜드 식탁 위로 올렸다. 휙 움직이는 통에 정국의 가운이 벌려져 하얀 속살을 다 드러내고 있었다. 태형은 정국의 가운을 확 벗겼다. 태형의 눈 앞에 흰 나신이 펼쳐졌다. "선녀야." "뭐 하는 거야?" "이런 짓 저런 짓, 나랑도 하자." "그래, 그거 재밌어." 재밌다니, 보통 여우가 아닌 것 같은 선녀의 말에 태형은 헛웃음을 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욕실에서부터 치를걸, 어쩌면 정국은 나를 일부러 유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가운이 벗겨진 정국이 눈을 굴리며 태형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태형이 정국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핥고 쇄골에서 가슴으로 타고 내려와 유두를 애무했다. 으응, 뭐야 이상해, 춤은 이렇게 추는 게 아닌데…. 정국이 바르작거렸다. 쪽, 쪼옵, 쪽. 춤? 웬 춤. 정국의 유두를 실컷 혀로 간질인 태형은 정국을 아예 눕혔다.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정국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으음, 음…. 정국이 서툰 혀놀림으로 태형을 받았다. 정국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야한 소설이나 성에 관련된 책은 마마 선녀 덕분에 읽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지금 태형과 하고 있는 건 섹스라는 것을 정국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제 앞섶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으흥, 기분 이상해, 좋아…. "쪽, 쪽. 춤이 여기서 왜 나와?" "으흠, 으응… 남준 님이랑 춤 추고 술 마시고 으응, 그랬단 말이야." 이건 춤이 아니잖아…. 정국의 말에 태형은 머릿속에서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었다. 남준? 걔는 누군데. 하니까 정국이 태자님. 하며 생긋 웃는다. 매일 밤 선녀들 중 간택을 한다던 태자 새끼가 정국을 데려다가 춤도 추게 시켰나 본데, 술도 마시게 해서 술에 취한 정국을…. 태형은 상상하는 것을 멈추었다. 어찌 됐든 정국은 지금 나에게, 내 눈 앞에 있다. 태형은 정국의 슬그머니 고개를 든 성기를 툭 치며 간질였다. 꼴에 남자라고 지 물건 세우는 거 봐. 정국이 기겁을 했다. 아앗, 하지 마! 정국이 태형을 밀었다. 아무래도 적나라하고 창피한 감각에 그러는 것 같았다. 태형은 정국의 성기를 꽉 압박하며 검지로 선단을 문댔다. 하앗! 아앙 아아 아…. 몸을 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정국의 반응이 귀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했다. 태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런 거 처음이야? 응, 으응, 첨, 첨인데에 처음 아닌가, 아흐! 떼 줘. 태형은 쉽게 손을 떼고 자신의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모든 것을 벗어 멀리 던져 버린 태형이 다시 정국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고 쇄골에 입을 맞췄다. "쪽, 처음 아닌데 처음인 건 뭐야." "내 각좆이 있는데, 그걸로…." 정국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태형이 주는 쾌감을 느끼기 바빴다. 정국은 마마 선녀의 말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우리 정국이는 선녀의 피를 받아 애를 낳을 수 있는 몸이니, 항상 다른 몸을 받아들일 준비를 정갈히 하고 있어야 한다. 마마 선녀는 정년이 되어 나가기 전에 열여섯인 정국에게 열여덟이 지나면 쓰라고 정국에게 각좆을 가져다 줬다. (지금으로 말하면 남자 성기 모양의 성인용품이다) 남자가 남자를 받는 것은 여자보다 어려운 일이니 미리 길을 트이게 하려는 마마 선녀의 정국 사랑이 여기서 보였다. 정국은 그 각좆을 가지고 열여덟이 아닌 한 해 빠른 열일곱에 홀로 수음을 했다. 호기심에 참을 수가 없던 것이다. 슬그머니 뒷구멍에 들어찼던 각좆의 감각에 정국은 신세계를 맛보았더랬다. 홀로 수음을 하던 시절 진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것이 이곳으로 들어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정국은 지금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태형이 참지 못하고 발기한 성기를 정국의 구멍으로 급하게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아앗! 소리를 내며 정국은 펼쳐진 가운 위에 누우며 태형의 다리를 휘감았다. 너무 아픈데 그 아픈 느낌마저 좋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국은 뻣뻣한 자신의 좆을 감싸쥐고 살살 흔들었다. 전부 다 본능이었다. "아아, 아아…! 이름, 이름." "후으, 후, 김태형." "아으 너무 가득, 아흐, 앙, 아흐!"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알려 줬구나. 태형은 귀여운 정국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슬금슬금 움직였다. 정국은 다리로 감은 태형의 허리를 조였다. 구멍도 자연스레 조여졌다. 속도가 붙은 태형이 움직여 정국의 안에 퍼억 퍼억 박아 넣었다. 하앙, 하아! 하도 입술을 물어 뜯고 씹고 혀를 옭아매는 통에 정국과의 키스에서 피 맛이 났다. 우웁, 웁. 태형의 입술에 말문이 막힌 정국이 태형을 밀어냈다. 와중에 태형이 방향을 바꿔 툭 찌르자 정국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읏, 아앙, 아아 흐으 좋아, 조흐, 태혀아, 아." "하, 선녀야." "하아, 아아! 앗, 왜애." "그냥 나랑 같이 살자." 정신없이 몰아 들어오는 태형의 허리짓에 정국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타액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대신, 이거, 많이 할 거야? 나흐, 흐응, 너무 좋아…. 섹스가 좋다며 자신을 끌어안는 정국을 마주안으며 태형은 자신이 전생에 무슨 일을 했길래 현생에 이런 복덩이를 얻게 된 건지 전생의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섹스야 뭐 매일 해 줄게, 나야 땡큐지 씨발. 정국의 안은 쫀득했다. 내벽이 떨어지기 싫다는 듯 제 성기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갑자기 정국이 찡그리고 있던 눈을 퍼뜩 떴다. 성 관련 그림책에서 본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흐, 아, 아기, 아기 가지면, 아 안 되는데." "후으, 씨, 너 남자잖아." "난 그래도, 가질 수 있어, 아아!" 정국은 밀려오는 오르가즘에 허리를 들고 부르르 떨어댔다. 태형은 당장 자신이 애 아빠가 된들 상관이 없었다. 지금 섹스에 이성을 놓을 뻔한 건 태형만이 아니라 정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선녀라도 정국은 남잔데, 그렇게 임신이 쉽게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태형은 임신 가능성을 말도 안 되는 정국의 헛소리로 치부해 버렸다. 성교육을 받아도 잘못 받았겠거니 싶었다. 아, 안에 쌀 거야? 묻는 말에 태형은 정국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달큰한 샴푸 향이 체향과 어울려 풍긴다. 퍽퍽 허리짓이 거세졌다. 아흐! 흐읏, 아앙! 정국의 소리도 높아졌다. 태형은 정국의 내음을 깊게 들이마시며 결국 정국의 안에 사정했다. 질펀한 섹스 후 정국을 다시 씻긴 뒤 제 옷을 입혔다. 대충 라면을 끓여 먹고 둘은 한 침대에 누워 잤다. 오전까지 내리 잠들었는데 그 잠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태형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태형은 눈을 찌푸리며 누군지 보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 [오빠!] "누구." [재은이! 자고 있었어?] "누구라고?" [너무해, 지금 자다 깨서 그런 거지 오빠?] "내 수많은 섹스 상대 중 한 명인가 본데, 너 하나를 기억하라는 건 네 욕심 아냐? 내 전화는 어떻게 알았어." [그냥 지갑에서 오빠 명함 보구….] "손버릇도 안 좋고 눈치도 없고, 다신 전화하지 마." [오빠!] "그리고 너 목소리 안 예뻐, 웬만하면 펠라 할 때 말고 입 열지 마라, 조언이야." [오빠, 오빠! 야!] 짜증을 내며 통화를 끊은 태형은 휴대폰을 대충 던진 뒤 다시 침대로 누웠다. 새근 자고 있는 정국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떽떽거리는 계집애의 목소리가 아직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태형은 섹스를 즐겼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는 귀찮아했다. 태형을 좋아해서 제발로 찾아와 희망을 가지고 태형을 만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사람들은 좀 지나면 누굴 챙겨 주거나 전화를 먼저 건다거나 걱정 같은 건 절대 안 하는 이기적인 태형을 미련 없이 떠나갔다. 태형은 섹스를 사랑하는 만큼 원나잇을 즐겼다. 그 잠자리에는 남자 여자 구별이 없었다. 그에 더러 저러는 년들이 가끔 있다. 그저 섹스에 충실했을 뿐인데 다음 날 자신과 뭐라도 되는 양 행동하는 년들을 태형은 혐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이따 일어나 뭐라고 하든 태형은 정국을 쉽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정국을 그냥 데리고 살 작정이다. 근래 한 섹스 중에 정국과 제일 제대로 된 만족적인 섹스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눈 앞에서 침을 흘리며 자고 있는 이 선녀가 너무 예쁜 이유도 있다. & 실장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아시나? 뜬금없는 태형의 질문에 밑에서 일하는 팀원의 실장이 당황했다. 원체 감정 기복이 크던 자신의 상사가 웬일인지 요새 꾸준히 기분이 좋은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던 차에 태형이 묻는 것에 더 아리송해진 것이다. 실장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그… 나무꾼이 선녀 옷을 훔치는 이야기 말입니까?" "아, 훔치나요?" "네 뭐… 나무꾼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다가 날개옷을 훔치죠." "그거 결말이 어떻게 됩니까?" "아이 셋을 낳으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둘만 낳고 살고 있을 때 하늘을 그리워하던 선녀에게 나무꾼이 숨겼던 옷을 보여 주자 선녀가 바로 날개옷을 입고 아이를 안고 올라가 버리잖아요." "거 참 이상하네요." "네?" "나무꾼은 과연 멍청한 놈일까요, 쓰레기인 걸까요." 아니면 선녀가 여우라든가…. 태형의 중얼거림에 대답해 주던 정 실장은 갸웃거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업무 시간에 일 외에는 말도 잘 안 걸던 인간이 갑자기 전래동화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건지 당최 저 상사의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왜…." "그 나무꾼은 다른 사람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선녀의 옷을 손에 넣자마자 바로 태우지 않고 숨긴 건 나무꾼이 보험을 들어 놓은 거죠, 선녀를 언제든 떠나보내려는." "네?" "고단수의 쓰레기 나무꾼이라는 겁니다, 선녀도 이상하네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제 남편이 아무리 싫어도 그냥 남아 있었을 텐데, 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무꾼의 섹스 실력이 형편없었나 봅니다. 선녀는 어쩌면 나무꾼이 자신의 옷을 훔치는 것을 알고도 그 나무꾼의 체격을 보고 일부러 모른 척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선녀는 속았죠, 그야말로 똥 밟은 겁니다." "……." "저라면 선녀의 눈 앞에서 날개옷을 갈기갈기 찢을 겁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 선녀의 날개옷이 나타나면 절대 안 되겠지만…." 교훈을 주는 순수한 동화에 대한 태형만의 재해석에 정 실장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소문으로만 들었지 진짜 저런 또라이 같은 사상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다. 태형은 손을 들어 훠이 내저었다. 실장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누가 됐든 김태형의 선녀가 될 사람은 참으로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정국과 같이 지낸 지 거의 한 달이 지났다. 그 동안 태형은 정국에게 냉장고에는 항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과 TV를 보는 법, 도어락 비밀번호, 오피스텔 앞 마트를 가는 법까지 다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정국에게 온갖 살인사건을 들먹여 가며 제대로 상기시켜 줬다. 그 결과로 정국은 태형과 동행하지 않으면 절대 밖을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외출 데이트도 물론 태형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사람에게는 무조건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태형이 정국을 대하는 걸 보면 엄청 큰 위대한 변화였다. 매일 집에서 먹고 자고 섹스하고 반복하다 보니 정국은 태형에게 점점 사육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태형이 밉지 않았다. 가끔 때리고 싶을 정도로 얄궂은 면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너무나도 잘해 주기 때문이다. 하늘나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곳에 대한 애정이 없던 까닭일까, 정국이게 그저 하늘나라는 고향 이런 느낌이 아니라 그저 사는 곳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태형이 없는 빈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배가 고파진 정국은 냉장고를 열었다. 이것저것 뒤지는데 야채칸이 눈에 들어왔다. 색이 예쁜 야채들이 즐비해 있는데 정국은 당근을 보더니 덥석 집어 들었다. 우와, 너 내 각좆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정국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국은 당근을 방으로 들고 와 자신의 아랫도리를 잽싸게 벗고는 바로 제 뒷구멍에 그것을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하늘에서 쓰던 제 물건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여기선 매일 밤 태형이 자신을 덮쳐 왔지만 오랜만에 홀로 하는 수음이라 그 자체가 정국에게 꽤 흥분이 됐다. 끙끙거리는 소리가 정국의 입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당근이 정국의 구멍 안으로 절반쯤 들어갔다. 정국은 당근을 잡은 손을 슬슬 움직였다. "으응… 아흥, 아, 아…." 날씨가 좋아 정국과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라도 쐬려고 모든 것을 제치고 점심 내로 일찍 집으로 귀가한 태형은 귓가에 어렴풋이 들리는 신음소리에 이 발칙한 선녀가 자신이 없는 틈을 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어이가 나간 상태였다. 지금 그러니까 이 하앙거리는 소리는 야동에서 나오는 소리일 리가 없었다. 태형의 컴퓨터엔 야동이 없을 뿐더러, 정국은 컴퓨터를 못 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우리 선녀가 혼자 자위를 하고 있다는 건데…. 태형은 빙긋 웃었다. 태형은 자신의 휴대폰을 찾아 카메라를 켜고 슬금슬금 방문 앞에 접근했다. 동영상 촬영을 누르고 소리가 안 나게 조심히 문을 열었다. "아앙… 하, 아으." 세운 다리를 엠자로 한껏 벌린 정국이 제 구멍에 당근을 밀어 넣으며 쾌감에 찬 신음을 흘리기 바빴다. 태형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문짝에 바짝 붙어 틈새로 휴대폰을 들이밀고 정국을 몰래 촬영하는 꼴이 꽤 웃긴 자세라고 해도 태형은 몰래 찍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정국의 구멍에 들어차 움직이는 것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찍, 찍, 액이 나와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아아, 으앙 아! 아! 절정에 다다른 듯 정국은 잡고 있던 당근을 놓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허리가 비틀렸다. 정국 특유의 오르가즘을 맞을 때 자세였다. 태형은 당장 박차고 들어가 저 사랑스러운 정국의 엉덩이와 당근을 모조리 씹어 먹고 싶었다. 띵. 동영상 촬영을 멈췄다. 저장이 된 것을 확인한 뒤 방문을 쾅 열었다. 눈이 동그래진 정국의 얼굴이 태형을 보더니 확 달아오른다. "어, 언제…." "선녀가 구멍에 당근 쑤셔넣고 끙끙거릴 때부터." "다 봤겠네." "좆이 필요하면 전화를 하지 그랬어." 천천히 다가오는 태형을 보며 정국은 눈을 감았다. 정국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제 몸 위로 타고 오르는 태형을 정국은 마주 안았다. 곧이어 방에서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대낮부터 끈적이는 섹스를 나눈 태형과 정국은 나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TV를 보며 놀기로 했다. 과일이 먹고 싶다는 정국의 말에 태형은 부엌에서 사과를 깎지 않고 껍질 채 뎅강 썰어 와 정국의 앞에 대령했다. 정국은 바로 입 안으로 넣었다. 아삭, 아삭. 정국이 맛있게 씹는 것을 보며 태형도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그때, 정국이 심각한 표정으로 씹는 것을 멈췄다. 웁, 윽. 갑자기 정국이 헛구역질을 하는 소리에 정국의 허벅지에 누워 사과를 씹던 태형이 벌떡 일어났다. "뭐야, 체한 거야?" "그건 아닌… 우욱." 정국이 입을 가리고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게워내는 소리에 태형도 일어나 따라갔지만 정국이 문을 잠근 뒤였다. 정국아, 문 좀 열어 봐. 그 안에 있는 정국은 정신이 없었다. 여태 뭘 먹고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사과의 과즙을 삼키자마자 속에서 비릿한 게 뭔가 훅 올라오는 느낌에 견딜 수가 없었다. 먹은 것도 없어 나오는 게 없자 그게 더 괴로웠다. 태형이 똑똑 문을 두들겼다. 정국은 입을 헹구고 문을 열어 줬다. 창백하게 질린 정국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태형은 정국의 질린 얼굴을 보자마자 당황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병원 가자." "싫어." "안 돼, 가야 돼." "안 가." 태형은 정국이 이런 쓸데없는 부분에서 대체 왜 고집을 부리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옷을 입혀 나가야 하는데 침대로 곧장 가서 누워 꿈쩍도 하지 않길래 태형은 결국 자신의 한의사 친구인 지민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아무래도 정국은 주사가 무섭다거나, 이렇게 구토까지 할 정도로 아픈 건 이번이 처음이니 정국이 자기 자신에게 많이 놀라서 그런 건가 싶었다. 호출을 하고 정국을 쓰다듬으며 기다리길 삼십 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열어 주는 태형의 행동이 빨랐다. "웬일이야, 집으로 다 부르고?" "빨리, 사과를 먹더니 갑자기 구토를 했어, 지금은 몸이 좀 차." "누군데 그래?" 지민은 환자의 상태가 궁금한 것보다 태형의 상태가 더 신기했다. 근래 본 태형의 모습 중에 오늘은 좀 뭐 마려운 애처럼 급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증상을 툭툭 내뱉는 태형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둥글게 솟은 이불이 보였다. 태형이 이불을 끌어내렸다. 그러자 그 속에서 이불을 잡고 버텼다. 하지만 태형의 힘이 더 셌다. 걷혀진 이불 안에는 웬 소년 하나가 웅크리고 누워 있었는데, 지민은 솔직히 좀 당황했다. 숨긴 여자 친구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고딩 같은 앳된 얼굴의 남자애가 있길래 지민은 기어코 미친 김태형이 원조라도 하는 건가 생각하며 태형을 속으로 씹어댔다. 그래도 환자는 환자니까, 지민은 방 안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 침대 옆으로 앉았다. "큼, 흠, 일단 제가 상태를 좀 볼게요." "……." "그 전에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데 사과를 먹자 갑자기 토기가 밀려오고 그랬단 말이죠." "……." 그냥 장염을 동반한 감기겠거니 생각한 지민은 정국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진맥을 짚는데 지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새 아버지의 논문을 도와드리느라 잠이 부족한 탓인가 싶었다. 안 그러고서는 왜 이 어린 소년에게서 산모의 맥이 짚이는 건가. 지민은 손을 떼고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었다. 증상으로만 보면 일반 감기일 수도 있다. 그러기엔 열도 안 나고 지민을 쳐다보는 똘망한 눈동자는 정상을 말하고 있었다. 지민은 다시 정국의 손목을 잡았다. 눈을 감고 짚는데 분명 두 개의 맥이 보인다. 감기라고 섣부르게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생각한 지민이 정국과 눈을 마주쳤다. 아, 이건 분명…. "하하, 여자분이셨구나." "……?" "마지막 생리일이 언제예요?" 어린 소년인 줄 알았는데 여자였나 보다. 그새 김태형의 취향에 대해 짧게 생각한 뒤 지민은 재차 되물었다. 뒤에서 팔짱을 끼고 그 모양을 지켜보던 태형은 지민이 뱉는 말에 기가 차 팔을 풀고 지민의 어깨를 잡아챘다. 너 씨발 지금 우리 놀리냐? 태형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게 아냐 새끼야, 임신맥이 짚인다고! 지민이 팔을 세게 돌려 태형을 뿌리쳤다.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저 새끼 미친놈이라고 해도 지 새끼는 차마 무시 못 할 거예요. 정국이 지민의 뒤에 서 있는 태형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 남잔데…." "자세한 건 우리 병원 초음파를 해 봐야 알… 네?" "딱 보면 몰라, 얘 남자잖아." 김태형이 끼어들며 말했다. 지민은 양의학과 한의학을 동시에 공부한 엘리트였다. 비록 한의학의 매력에 빠져 자신은 한의사가 된 거지만, 병원장이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학쪽으로 꽤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그건 지민에게 용한 한의사라는 타이틀을 쥐게 해 줬는데, 지민은 오는 사람마다 임신 여부, 아기의 성별까지 다 알아맞혔기 때문이다. 때론 원치 않은 임신에 표정이 안 좋은 여자들도 봤지만, 임신이 되지 않아 시부모와 같이 온 나이가 적지 않은 며느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뿌듯해했다. 근데 지금 이 상황은 뭐야, 몇 번을 짚어도 분명 두 개의 맥이 짚이는데 눈 앞의 환자는 여자가 아닌 남자다.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다. 보통 일이 아니라는 직감에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을 끌고 방 밖으로 나왔다. "쟤 뭐야?" "내 선녀." "미친 새끼야, 지금 장난칠 분위기 아닌 거 몰라?" "뭔데, 급체나 감기 아냐?" "너 쟤랑, 아니, 쟤 진짜 남자 맞아?" "어, 다 달렸던데." "섹스도 했고?" "완전 많이." "하, 내 소견으로는 임신인데, 자세한 건 나중에 초음파 찍으러 와서…." "박지민 돌팔이 다 됐네." 태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야, 나도 좆나 이해가 안 된다고! 지민이 버럭 성질을 냈다. 야, 아니 아무리 섹스를 많이 했다고 해도 쟨 남잔데 어떻게 임신을…. 태형이 말을 뚝 멈췄다. 근 한 달 전 처음 정국과 섹스할 때 정국이 흘리듯 뱉은 아기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기를 가지면 안 된다고 도리질을 치는 정국을 보며 난 어쨌나, 무시하며 정국의 안에 사정을 했다. 그 뒤로도 섹스는 무조건 내사정…. 말이 없어진 태형을 보며 지민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거 의학계에 밝혀지면 당장 실험 논문 주제야, 알아?" "초음파 보러 언제 가면 되는데." "지금 당장이면 좋겠지만 저 애한테 설명할 시간도 필요하니까 이번 주 내로 와." "선녀라 그런가…." "아까부터 선녀 선녀 하는데, 난 게이 커플의 애칭은 별로 궁금하지 않거든." "쟤 진짜 하늘나라 선녀거든." 뭔가에 홀린 듯 허공을 보며 말을 내뱉는 태형을 보고 지민이 토닥였다. 인마,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정신 놓지 말고, 어? 미친놈인 건 알지만 진짜 미치지는 말고…. 지민이 위로하듯 뱉는 말에 태형이 진짜라는 듯 표정을 굳혔다. 지민은 그런 태형을 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확정 지을 때까진 일단 비밀로 해 줄게." "하." "꼭 데리고 와라, 나도 존나 궁금하니까." 지민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챙겨 정국에게 웃어 준 뒤 보호자와 얘기 나눴다며 이만 가겠다 인사를 하고 그냥 집을 쌩 나가 버렸다. 지민 딴에는 자신의 의사 인생에 새로운 국면을 맞아 이때까지 전 인류의 의학 기록을 찾아 보려 바쁘게 나간 것이다. 그런 지민을 배웅도 하지 않은 태형이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태형과 지민이 나눈 말을 다 들었다는 듯 불안함을 내비추는 표정의 정국과 눈을 마주쳤다. "저 새끼 돌팔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아기 맞는 것 같아." "아직 잘 모른다잖아." "맞으면, 나 버릴 거야?" "넌 씨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한숨을 쉬며 정국의 옆으로 앉았다. 정국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내가 널 왜 버려. 정국을 품에 뉘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에 감겼다. 태형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특히 태형은 남과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것, 이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 근처의 생각도 못 미치는 사상을 갖고 있었다. 태형은 정국의 흰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애가 들어선 게 아니면 아닌 거지만, 어쩌면 이 예쁜 선녀와 나를 닮은 아이를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 3에서 계속

[if ie]> <style type="text/css"> html {overflow: scroll; overflow-x: auto;} </style> <![endif]StartFragment(해맑은 정국 선녀의 모습은 아마 이런 모습......)
안녕하세요 리젝입니다 이 글은 갤러리 정리를 하던 중 정국이 선녀 분장을 보고 생각나는 대로 후딱 쓴 글입니다 ㅎㅎ 3에는 남준의 등장과 함께 네... 뷔국이들 에피소드를 풀어 나갈 생각입니다
감상 코멘트와 피드백은 블로그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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