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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국] 선녀야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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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3월 29일
  • 9분 분량

StartFragment * 19 수위 주의하세요 * 뷔국입니다 * 임신, 육아물입니다 [뷔국] 선녀야 w. 리젝 ep. 03 정국은 본인의 직감대로 임신이 맞았다. 몸이 심상치가 않음에 그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태형의 관심을 피했던 건데 태형이 너무 큰 걱정과 의사인 친구를 대놓고 집으로 초대하는 바람에 정국은 마냥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의사와 태형과 정국의 만남 소동이 지나가고 태형은 다음 날 자신의 모든 일을 제치고 정국을 데리고 지민의 아버지가 병원장으로 있는 큰 병원으로 찾아갔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일이니 당당하게 둘이서 산부인과를 갈 수가 없어 지민을 데리고 갔다. 주민등록도 없고 신원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난감했지만 지민은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서류 작성 절차도 없이 그냥 진료를 해 주기로 했다. 도착한 초음파실에서 지민은 안에 있던 간호사를 모두 내보냈다. 아무래도 양학을 배운 지민이 몇 번 경험한 외과 수술 경력과 해당 병원 소속의 의사 자격증을 믿은 결과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병원장 아들이라는 힘이 더 셌겠지만. 여차저차 초음파까지 찍고 나니 몽우리 같은 것이 정국의 뱃속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바로 그게 태아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7주, 임신 초기. 지민은 이런 경우는 태어나 처음 본다며 정국에게 자궁이 있는 게 아닌데 아기집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고 철분제 처방을 했다. 물론 지민은 자신이 어제 진맥으로 맞힌 게 사실이라는 것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 원래 인체의 신비란 알아도 몰라. 지민은 정국에게 웃어 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이슈를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된다면 김태형이 날 죽일 것 같으니 말겠다는 말과 전담으로 내가 붙을 거니 소문은 걱정 말라고 정국을 토닥이기까지 했다.

태형은 정국의 임신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정국을 안아 줬다. 태명은 쿠키로 지었다. 그냥 정국과 잘 어울리는 태명이어서 태형이 지은 이름이었다. 이렇게 둘 사이에 생긴 뜻밖의 사건은 태형을 온순하게 만들다가도 폭발하게 만들었다. 태형은 감성적이게 변한 정국을 매일 관찰했다. 평소 본래 선녀라는 것도 의식 못 할 정도로 그냥 일반적인 고딩 소년 같은 정국이었지만 임신을 하니 자연적으로 모성애가 생기나 싶었다. 매일 밤 정국은 펜을 들어 꼼꼼히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오늘은 뭘 먹었고 뭘 먹으면 입덧을 하고 태형은 몇 시에 왔고 이것저것 적는데 정국은 그 쿠키 베이비 일지에서 그 끝은 꼭 자신의 일기로 마무리 지었다. 그런 귀여운 정국을 보면 태형만 죽을 맛이었다. 임신 사실을 확정 지은 후 정국은 태형에게 자신의 몸에 일절 손을 못 대게 했다. 잠깐 눈이 맞아 입이라도 맞추는 날이면 태형은 꼭 정국을 넘어뜨려 티셔츠 안으로 손을 들이밀었는데 그때마다 정국은 태형의 뺨을 힘껏 밀어냈기 때문이다. 아오. 태형은 그럴 때마다 욕을 읊조렸다. 아무래도 선녀의 임신은 태형에게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놈의 아기는 뭐가 자꾸 먹고 싶은 건지 낮이든 밤이든 태형을 괴롭혔다.

[수박 먹고 싶대 - 10:30] [수박 - 10:41] [빨리 - 10:45] [조금만 기다려 - 10:49]

두 달 전 정국에게 핸드폰을 사 주고 문자 보내는 것을 알려 줬었다. 정국은 배움의 습득력이 남달라 신기계를 다루는 것에 능통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하늘에 살 때에도 먹은 과일은 많았는지 매일 정국은 태형에게 문자로 여러 종류의 과일 이름을 대곤 했는데, 새벽 빼고는 그것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요새는 제철 과일이 아니더라도 백화점에 가면 다 팔곤 하니까. 하지만 태형은 하필 중요한 회의 시간마다 오는 문자를 원망했을 뿐이다. 그래도 태형은 정국에게 잡혀 살기 때문에 대충 회의를 끝냈다. 처음엔 짜증도 냈지만 과일을 사 갈 때마다 정국이 태형을 껴안고 뽀뽀하며 가끔 정국이 정말 기분 좋을 땐 태형에게 펠라도 해 주기 때문에 태형은 차마 그 문자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태형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이 불쌍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국이 원하는 것을 해 줄 때마다 태형의 성욕도 풀리는, 마치 윈윈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태형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빠른 행동으로 재킷을 챙기고 차 키홀더를 집어 들었다. 그 표정마저 비장했다. 기다려라 쿠키야, 아빠가 간다.

쿠키가 생긴 지 3개월로 접어드는데 태형은 도통 제 앞에서 윗도리 하나 벗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국을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다. 자신이 없을 때 혼자 자위까지 하던 무던히도 밝히고 발칙했던 선녀 정국이 임신을 하자마자 무슨 독한 마음이 든 건가, 정절이라도 지키려는지 무슨 금연하듯 섹스를 뚝 끊어 버린 탓에 태형의 얼굴엔 점점 그늘이 졌다. 태형은 평소 절대 하지 않던 자위를 하게 생긴 환경에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간만에 태형은 스케줄을 맞춰 지민을 밖으로 불러냈다. 매주 정국의 검진을 위해 병원에서 지민을 보지만, 도통 밖에서 보지 않았던 둘은 오랜만에 근처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지민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 들이키며 태형을 훑어봤다. 그러다가 풉 웃어댔다. 아 미친, 김태형 타크서클 봐.

"김태형 얼굴 뭐냐, 가오나시?" "웃지 마, 심각하니까." "왜?"

태형은 그간 있었던 일과 고민을 지민에게 털어놨다. 그러자 지민이 몸을 접으며 더 크게 웃는다.

"고작 섹스 때문에 김태형이 이러냐." "아, 펠라로 연명하며 살자니 진짜 죽겠는데. 그 펠라도 자주 해 주는 게 아니야." "너 원래 원나잇, 그 짓 잘하잖아, 사람을 구해."

지민이 실실 웃으며 커피를 들어 빨대를 다시 입에 물었다. 태형은 눈에 살기를 품고 지민을 봤다. 나 이제 그런 짓 안 해, 우리 선녀 만나고 그 뒤로 다 끊었다고. 태형이 말하는 것을 보고 지민이 아아, 그러셔? 하며 비웃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은 입이 까끌해져 포켓에서 담배를 찾았다. 손에 집히는 것이 없고 허전했다. 아 맞다, 나 담배도 끊었지. 그런 태형의 행동을 본 지민이 입을 열었다.

"김태형이 많이 변하긴 했네." "나도 알아." "걔도 참 대단해, 김태형 담배를 끊게 하고." "아아, 쿠키가 내일 당장 나왔으면 좋겠다." "이제 3개월이면서 지랄은, 야, 근데 섹스는 해도 되는데."

지민의 말에 태형이 엎드렸던 몸을 홱 일으켰다. 뭐? 씨발 너 그걸 왜 이제 말해?

"아니 물어봐야 대답하지." "장난하냐? 의사라는 새끼가 사람 좆병신 만드는 것도 아니고." "미친놈아, 물어보지도 않는데 섹스는 하셔도 됩니다 섹스 좋아요, 섹스하세요 섹스, 이러냐?" "나한텐 그랬어야지, 어? 씨발, 우리 정국이한테는 그랬어야지." "쯧, 의사가 섹스 홍보 대사는 아니거든, 금연 홍보라면 모를까."

그냥 지민이 하라는 대로 했던 태형은 정국이 하도 그러길래 섹스가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줄로만 알았다. 태형은 생기가 돌아온 눈을 빛내며 지민에게 말했다. 그럼 이번 주에 정국이한테 제대로 세뇌시켜 놔, 섹스는 아기의 뇌 발달에 좋다고. 음, 그게 사실이긴 한데 왠지 말하기 싫어진다. 죽는다. 그럼 정국이 연구하게 해 줘. 그건 더 죽는다. 의사의 말은 찰떡같이 듣는 정국 때문에 지민의 한마디가 절실한 태형이 결국 지민에게 한정판 시계를 사 주겠다는 약속으로 그 주에 검진을 온 둘에게 지민은 태형과 정국이 둘 다 있는 자리에서 섹스를 부추겼다. 아 정국 씨, 이건 사담으로 들으셔도 되는 말인데, 참고로 섹스는 아기의 뇌 발달에 영향을 주거든요? 네 뭐, 그렇다구요. 그러자 뒤에 서 있던 태형이 정국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선녀야, 들었지? 태형의 얼굴에 뿌듯함의 미소가 번졌다.

검진을 받으러 나간 김에 밥까지 먹고 집에 돌아온 둘은 씻고 나와 티비를 함께 시청했다. 태교를 위해 클래식 채널도 보고 예능 프로그램도 봤다. 다 끝나 광고가 나오는 채널을 돌리는데 딱 멈춘 곳이 하필 영화 채널이었다. 초저녁인 시간에 이질적으로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남녀 주인공을 보고 태형과 정국은 눈을 마주쳤다. 방으로 갈까? 태형의 권유에 정국은 오랜만에 예쁘게 웃어 보였다.

쪽, 쪽. 한참 전 깊은 키스에서부터 지금 가볍게 맞추던 입이 떨어졌다. 정국이 태형을 눕히고 무릎을 지탱해 태형의 위에 앉아 젤로 범벅이 된 제 뒷구멍에 태형의 성기를 잡아 맞췄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여태 정국 자신도 성욕을 참는 것이 꽤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내려 구멍 안으로 태형의 발기한 성기를 슬그머니 밀어넣자 태형이 꼼지락대는 정국에 참지 못하고 정국의 골반을 잡고 앉혀 버렸다. 아앗! 정국은 태형의 가슴팍에 엎드려 덜덜 떨었다. 태형이 정국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우리 선녀, 참 잘했어요. 정국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켜 슬그머니 허리를 흔들어 찔렀다. 평소보다 깊게 찔러져 오는 것에 정국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앗! 그 모습을 보는 태형은 정국의 무게에 고환이 찌그러져 문질러지는 느낌에 이성을 잃고 정국의 안으로 퍽퍽 박아댔다.

"아, 쿠키야, 씨발, 아." "아흥, 으읏, 쿠키는 우리 아기인데." "아빠 목소리, 새겨들으라고 후, 하는 거야."

태형은 자신의 배에 안착한 정국의 뻗은 흰 손목을 잡아 쪽쪽 빨아댔다. 정국이 움직이는 모양이 한층 더 야해졌다. 허리를 둥글게 돌리며 짙어지는 움직임에 태형의 혀도 바빠졌다. 쩍 쩍, 젤로 젖어 질척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태형이 정국의 흰 허벅지를 쓸며 누웠던 몸을 일으켜 정국의 유두를 빨았다. 정국이 태형의 어깨를 짚고 허리를 돌렸다. 원래 태형과 정국은 섹스를 할 때면 시시콜콜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간만에 나눈 섹스에 정국의 입에서는 쾌감에 들뜬 신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흣 아아! 아앙, 아앗! 아앗! 아! 좋으, 으읏, 앗, 으흣." "이게 씨발, 선녀, 강림이라는 거지." "아흐, 아앙, 태혀으, 태형, 흣…." "씨발… 진짜 선녀 강림이잖아."

우, 우리 아기, 자는데 깨는 거 아니야? 정국이 와중에 아기 걱정을 하는 것에 태형은 살풋 웃었다. 후, 내 좆이 아기를 만나면, 아빠가 지금, 엄마를 존나게, 하,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 주면 되지. 태형이 정국의 엉덩이를 받쳐 들어 몸을 돌려 자세를 바꿨다. 침대에 누운 정국이 태형의 허리를 껴안았다. 쩍, 퍽, 퍽. 이성을 잃은 태형이 박아 넣는 움직임이 빨라지자 정국의 소리도 커졌다. 아흑, 읏, 아앙! 아! 어느새 태형의 허리를 놓고 침대 시트를 쥐어 뜯는 정국의 허리가 들리는 순간 태형은 빠르게 성기를 꺼내 정국의 배에 사정했다. 정국도 태형이 나가는 그 순간 부르르 떨어댔다. 찍, 찍. 성기를 손으로 문질러 끝까지 닦은 태형이 정액이 묻든 말든 정국을 껴안았다. 하아…. 정국이 여운을 느끼며 손을 들어 태형의 머리칼을 만졌다. 그 뒤로 태형과 정국은 한참 동안 후희를 나눴다. & "어머, 산모는 안 오셨나 봐요?" "네." "아빠 되실 분?" "네." "아아, 그럼 이쪽은…." "삼촌이요."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휴일에 티비에 나온 임신 육아 교실 홍보 광고를 보고 정국이 신나게 문자로 예약을 해 버린 게 화근이었다. 정국이 저기를 꼭 가겠다며 하도 조르는 탓에 결국 태형은 정국과 육아 교실에 출석할 수밖에 없었다. 정국만 바래다 주고 그냥 가려던 태형을 붙잠은 정국이 무섭다며 같이 있자고 그 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결국 태형은 애 아빠로, 정국은 미래의 조카를 위해 육아를 배우는 요새 흔하지 않은 다정한 삼촌으로 위장했다. 내가 산모라고 말하려는 정국의 손을 잡아 막고 태형이 대신 대답했다. 그나마 정국이 남자라 그런가 잘 보면 올챙이 같지만 배가 눈에 띄게 많이 나오지 않아 보여 다행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죄다 배가 부른 산모뿐이었다. 태형처럼 아내를 따라온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산모들 사이에 남자 둘, 아니 정국도 산모가 맞긴 맞았다. 태형은 양반다리로 앉은 자세로 손을 괴고 삐딱하게 얼굴을 묻었다. 씨발 이게 뭐야….

"자, 이렇게 아기 다리를 잡고 살살 주물러 주세요…."

팔자에도 없던 인형 놀이나 하고 앉아 있다니. 태형은 신생아와 같은 무게인 인형의 다리를 꽉꽉 주무르며 이를 악물었다. 태형은 지금 정국에게만 하염없이 컸던 그 관대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쑥쑥 커라~ 우리 아기 쑥쑥! 강사의 노랫소리에 태형의 눈썹이 움찔, 움직였다. 태형은 지금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 중이었다. 태형의 옆에서 인형을 조물조물 잘만 주무르던 정국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나 갈래."

태형은 그대로 아기 인형의 다리를 잡고 굳어 버렸다. 인형을 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정국을 눈으로만 쫓다가 태형도 바쁘게 일어나 정국을 따라갔다. 종종 걸어가는 정국의 손목을 잡아챘다. 돌려세운 정국의 표정은 꽤 화나 보였다.

"갑자기 왜 그래?" "뭐가, 놔." "너 원하는 대로 여기 와 있는데 갑자기 그렇게 나가면 내가 뭐가 돼." "그딴 게 중요해? 너한테 창피한 것만 중요하냐고!" "아 씹, 소리는 왜 질러."

태형이 정국의 손목을 놓고 인상을 썼다. 태형은 살면서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보지 못한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화가 난 건데 정국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바람에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아니 폭발한 게 맞았다. 갑자기 정국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태형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다시 정국의 손목을 잡았다.

"그냥 집에 가자." "안 갈래." "그럼 그러든가 씨발."

태형은 정국을 두고 그대로 등을 돌려 걸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낀 정국의 행동, 여태 애교로 보고 그냥 뒀지만 정국이 제멋대로 구는 버릇을 고쳐 놔야지 싶었다. 정국은 그런 태형의 등을 원망스레 쳐다보다가 주저앉아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인간 세계에 내려온 후 처음으로 마마 선녀가 보고 싶었다. 육아 교실에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기쁜 마음으로 신청한 거였다. 하지만 처음 들어갈 때부터 애를 가진 내가 너무 창피한 건지 아니면 내 자체가 창피한 건지 애 엄마가 아닌 삼촌으로 위장하는 태형을 보고 실망했다. 태형에게 실망한 게 아니라 정국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왜 나는 여자가 아니지? 왜 나는 엄마가 될 수 없는 거지? 정국은 자신을 자책했다. 들어가서도 강사의 말을 따르면서도 싫어하는 티를 내는 태형의 반응에 계속 눈치를 보다가 그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거였다. 정국은 눈물을 퐁퐁 쏟아내면서도 태형의 뒷모습을 쫓았다. 지금 가는 게 나빠, 가지 마….

우는 정국을 뒤로하고 걸으면서도 태형은 인상을 풀지 못했다. 씨발, 내 자존심이 뭐라고…. 자신이 나이가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사회적 위치로 봐도 태형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태형에게 찾아온 선녀 정국과 아기의 존재는 태형의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무리 봐도 정국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그냥 사람의 인연에 대해 맺고 끊음에 망설임이 없는 태형은 정국을 매몰차게 버리지 못했다. 버리고 싶지 않은 게 맞았다. 와중에 자신의 애까지 밴 정국에게 사과의 말이나 감사의 표현은 한 적은 없었다. 정국이 우는 모습이 뇌리에 밟혔다. 자신은 정국을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만든 그 아기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주어야만 했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태형은 자신이 애 아빠라는 인식이 아직 덜 된 것 같았다. 아, 그래도 애 앞에서 화를 내는 게 아니었는데. 한심한 자신의 모습에 짜증스레 머리를 털며 돌았던 코너를 다시 되돌아 갔다. 멀지 않은 곳에 정국이 아직도 울고 있는 게 보였다. 빌딩 로비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정국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태형이 빨리 걸어 정국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 "흑, 흡…." "내가 잘못했어." "으엉, 흡." "선녀야, 우리 결혼하자."

이 어린 선녀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여태 너무 내 생각만 했나 싶었다. 정국을 꽉 껴안았다. 나름 정국에게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자신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때였다. 자신의 아버지라는 거대한 산이 남아 있지만 태형은 무서울 게 없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태형은 정국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좋은 남편이 될게." "나, 나 안 창피해?" "하나도." "큼, 흠." "좋은 아빠도 될게."

안 가서 다행이다…. 웅얼거리며 훌쩍거리는 코를 들이킨 정국이 태형의 코트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태형은 와중에 정국의 빨간 눈이 귀여워 보여 자신이 정국에게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일어나, 애 엄마가 찬 데 앉으면 안 되지. 태형이 정국을 일으켰다. 태형은 경악에 찬 주변 사람들을 쿨하게 무시하며 정국의 허리를 감고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눈을 맞추는 둘은 이제 제법 부부처럼 보였다. & 요새 궁의 일이 바빠 정사(政事)에 집중하던 남준이 그나마 여유로워졌을 때, 남준은 정국을 다시 찾았다. 거의 두 달이 넘은 시간이었다. 정국이 추는그 유쾌한 춤을 보며 간만에 웃고 싶었다. 아래 선녀를 시켜 정국을 데려오라 시켰는데,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선녀가 정국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는 답답한 말뿐이라 남준은 직접 정국을 찾아 나섰다. 정국이 자던 방, 일하던 정주, 놀던 화원 뜰을 다 돌아본 남준은 어이가 없었다. 진짜 없었던 것이다. 제 아끼던 선녀가 없어졌는데 가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선남이라고 정국에게 따로 독방을 내 줬는데 그 때문에 목격자도 없어 찾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방으로 가는 뜰을 거닐고 있는데 다른 선녀들의 수다 소리가 들렸다.

"휴, 아직 아무도 안 찾아서 다행이지." "입 다물어!" "그래도…." "정국이가 없어진 건 너랑 나만 아는 평생 비밀이야, 알겠어?"

그때, 나오는 이름이 자신이 찾던 아이라 남준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잠깐, 그게 무슨 말이지?" "허업, 남준 님…." "됐고, 지금 정국이는 어딨는데."

제대로 말을 안 한다면 너희들을 호되게 고문할 거다. 그러자 한 선녀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옆에 있던 선녀가 눈물을 쏟으며 무릎을 꿇고 몇 개월 전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 어이없는 이야기를 다 들은 남준이 뒤따라오던 호위무사에게 지시했다. 지리 술사를 당장 부르거라, 그리고 저것들을 천옥에 가둬라. 남준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 4에서 계속.

StartFragment@ 리젝입니다 ㅎ 위에 아카 정국이를 보고 분량 구지더라도 봐주십사...... 요새 너무 바빠요 ㅠㅁㅠ 감기도 걸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더 써 놨는데 수정할 게 한두 군데가 아니라서요 ㅠㅠ 다음 수정 마치면 바로바로 올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피드백은 블로그로 해 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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